* * 이 글은 직접 작성했습니다. / 디지털 에듀 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수 잘하고 있어?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걱정스러운 그 마음도 미웠다. 나는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강사의 출발 신호와 함께 덜덜 떨며 운전대를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어쩌다 한 번에 끼어들기에 성공했다. 야호!
강사의 칭찬이 이어졌다.
"이번엔 잘했어요. 아유~ 아까보다 훨씬 낫네."
칭찬을 받고 나니 더 잘하고 싶었다.
‘아, 내 몸이 차선 중앙이면 된다고 했지!’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움직이다가 차가 휘청거렸다. 강사의 얼굴이 점점 허옇게 질려가는 것 같았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
유턴하는 구간이 나왔다. 나는 기필코 잘해 내고 싶었다. 신호도 잘 보았고, 왼쪽 차선으로 진입도 잘했다. 이제 잘 돌기만 하면 되었다!
‘핸들을 돌리자마자 스스스 풀어지게~’
나는 강사의 잔소리를 한 번 더 곱씹어 보며 핸들을 돌렸다. 그런데 그 ‘스스스’가 생각보다 안 되는 거다. 꼭 차가 왼쪽으로 콕 박힐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쓱.쓱.쓱 움직였다. 그때부터 나의 운전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사의 폭풍 잔소리가 이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아니, 참을성 강해서 몸에 사리가 나올 정도라고 소문난 강사의 입에서, 이렇게나 끊임없이 잔소리가 나온다는 건 내가 그만큼 못한다는 증거겠지? 자존감이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흔다섯 평생, 못 들었던 꾸중을 며칠 사이 다 들은 기분이었다.
집 앞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 괜찮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다 다독이는 강사 앞에서 나는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어머, 죄송해요. 왜 눈물이 나지... 사실 저 너무 속상해요.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사람 많았다는 듯 강사는 덤덤하게 인사를 전했다.
연수를 마치고 나는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서러워서 눈물, 콧물이 막 흘러나왔다.
세 번째의 연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혼나고, 미안하다 변명하고, 어색해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긴장되던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그렇게 강사와 약속한 총 세 번의 연수가 끝났다.
보통의 경우 10시간 정도 연수를 받는다는데, 나는 출근 날짜 때문에 10시간을 다 받을 수가 없어 6시간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나는 웃으며 강사와 헤어졌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친구를 불러 대성통곡을 했다.
“엉엉, 나는 내가 이렇게나 못하는 게 있는 줄 몰랐어! 바보가 된 것 같아!”
매일 아들을 혼내기만 했지, 혼이 나고 보니 기분이 영~ 별로더라. 아들아, 그동안 잔소리해서 미안하다!
그때 울면서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연수는 받지 않으리. 내 차로 내가 연수하리라!
나는 연수가 끝난 다음 주, 중고 경차 하나를 덜컥 장만했다. 차를 사고 나면 빼박 운전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중고차 매매 센터에서 차를 산 첫날, 집까지 운전해 올 자신이 없어서 탁송을 한 건 안 비밀~ 집 앞에 내려진 차에 나는 곧바로 ‘초보운전’ 종이를 붙였다.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당당한 왕초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나는 남편과 운전 연습을 더 하기로 했다. 절대 남편에게는 연수 받으면 안 된다고들 했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대신 나는 운전하기 전 남편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잔소리 금지, 방해 금지, 사고 직전 긴급 상황에서만 도움 주기가 조건이었다.
"연수까지 받았는데, 설마 그 쉬운 운전을 못 하기야 하겠어?"
남편은 돈 들인 티가 나는지 보자며 흔쾌히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30분 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지. 허허.
출근 한 달째, 그래서 지금은 장롱면허를 탈출했냐고?
차를 사고 한 달 동안 나는 주말마다 남편의 미백을 위해 조수석에 그를 태우고 운전 연습을 했다. 허허.
주말농장을 갈 때나 장을 보러 갈 때 운전하기 싫은 마음이 그득했지만, 해야 하는 일이므로 피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 없고 심장은 쿵쿵 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외근을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끝에 나는 회사로 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그동안 운전 연습을 하며 회사 근처를 여러 번 왕복해 봤으니, 익숙한 길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고, 다행히 외근 장소도 회사에서 차로 5분 거리였다.
나는 그날 무.사.히 회사에 도착해 주차까지 마쳤고, 다시 운전해 외근 장소로 무.사.히 도착하였으며, 집으로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하하.
갑자기 어두워진 날씨에 당황하여 라이트가 아닌 미등을 키고 주행한 것과 회사 뒤 도로 한쪽에서 자각하지 못한 채 잠시 역주행했던 ‘사건’은 뒤로하고 무.사.히. 출퇴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외근이 필요할 때 나의 경차를 끌고 출동할 예정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남편이 허옇게 질린 얼굴 대신 갈색 얼굴 그대로 차에서 내릴 수 있는 날, 장롱면허 완벽 탈출의 그날이 오면 나는 좋아하는 포레스텔라의 신곡을 볼륨 최대로 높이고 신나게 달려 볼 것이다. 창문을 열어 바람도 만끽하면서!
자자, 이렇게 문화재급 장롱면허도 이제 운전한다. 그러니 운전을 두려워하는 모든 장롱면허들이여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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