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지상선 선생님 서평입니다. / 저는 디지털 에듀 기자이고, 이 서평은 디지털 에듀 뉴스에 실립니다.
아름다워 슬프기도 하고 슬프지만 아름답기도 한, 쓸쓸하지만 아름답기도 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한 이야기를 아시나요? 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면 감정과 맞닿게 하는 이야기. 작가의 내면 감정에 푹 빠져 독자인 ‘나’를 잃게 하는 이야기. 머물고 싶지 않은 기억을 꺼내 생생하게 머물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림책 「옥춘당」이다.
그림책 「옥춘당」은 고정순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책 판형이 매우 두텁지만 온통 만화 컷으로 이뤄졌다. 2021년 만화책 「옥춘당」이 2023년 그림책 「옥춘당」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펼치자, 빛바랜 낡은 사진들이 우르르 쏟아지듯 새까만 사연을 가진 눈들이 나폴 거리는 듯하다. 노을 맛이 난다. 흑백 사진에 수채화를 입히자, 사진들이 독자에게 말을 붙인다. “넌 누구지? 넌 누굴 닮았니?, 넌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니?” 결코 웃을 수 없다. 포근하게 감싸 안듯 따뜻한 색을 입혔지만, 결코 따뜻하지 않다. 청색 빛 우울이 몰려온다.
“주인공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는 전쟁고아였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대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남편이 아내를 바라본다.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삭인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해요. 들어보세요.’라고.
그림책 안에 자서전적 서사가 담겨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서사 안에 작가의 서사도 살포시 그림으로 담아 놓았다. 그것은 오롯이 독자가 찾아야 할 몫이다. 암울한 시대적 배경, 생존해야만 하는 현실, 변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견뎌내었던 추억들로 가득하다. 그 중심에 주인공 김순임 씨가 천천히 녹여 먹던 사탕, 제사상에 가장 예뻤던 사탕, 입안에 향기가 가득 퍼지던 사탕이 있다. 바로 옥춘당이다. 옥춘당은 자칫 청색 빛 우울로 가득한 이야기를 핑크빛으로 바꿔놓았다. 둥글지만, 거친 그림의 컷을 꼼꼼히 보아야 하는 그림책, 글을 꼭꼭 씹어 먹어야 할 그림책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서사 읽기가 가능하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Bergson, 2006: 239-242) '기억의 소환'처럼 회고적 과거의 이미지에서 순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림책 「옥춘당」을 통한 기억의 소환은 작가에게 있어서 실천적 행동이었으며, '나' 자신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림책 작가로서의 전문성 발달과 성장의 자원으로도 활용되었으리라.
그림책 「옥춘당」은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그림책일 수 있다. 청소년들과 성인 독자가 자신의 서사를 갖고 읽어 간다면, 매우 풍부한 성장과 성찰을 안겨 줄 그림책일 것이다.
내가 만약 이별을 준비한다면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지요? 지금 그림으로 그려 보면 어떨까요?
치매 환자인 주인공 김순임 씨가 남편이 입에 쏘-옥 넣어준 옥춘당 사탕을 어렴풋이 기억하듯, 사랑의 선물은 이별보다 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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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옥춘당, 정말 추억추억 한 아이템인것 같아요~ 그림책이 더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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