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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디지털 에듀] 독자에게 신년 인사 부탁드려요.
갑진년 푸른 용의 해, 인터뷰를 통해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한 해, 더불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인생은 안내판 없는 마라톤과 같다고 하지요. 이 마라톤이란 게 백 미터 더하기 백 미터 더하기 백 미터... 결국, 장기는 단기의 축적이 아닐까 합니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갑진년에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디지털 에듀] 독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이사장님은 전 서울대학 총장, 교육계 리더였습니다. 2023년에는 교육계가 참 다사다난했는데요, 2024년 올해 그리고 향후 교육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여쭙고자 합니다.
작년엔 학생 인권이나 교권 이야기가 많이 오갔던 한 해였습니다. 예전에는 너무 교권만 있었거든요. 또 한동안 ‘학생 인권조례’ 얘기만 했어요. 이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거든요. 교육 현장은 부모와 학생, 교사 간 신뢰와 존중이 앞서야 해요.
‘신뢰, 존중’ 어떻게 보면 어렵지만,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그간 저는 우리나라 장기 경제성장 전략으로 동반성장과 더불어 교육 혁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고, 미적분을 수능에서 빼는 것과 같은 교육 개혁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자기 계발을 도와주고 동시에 국가 미래를 이끌 인력을 육성하는 데 있죠. 과거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이 산업화에 맞춰진 인재들이라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핵심 인력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입니다. 그런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초·중·등 및 대학 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개혁은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양궁 선수들은 바람이나 관객의 야유 같은 것에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화살을 올바르게 쏘잖아요? 손흥민 선수는 골대의 가장 구석진 곳으로 공을 차 넣습니다. 경기 중 긴박한 상황에서 아무나 그런 슛을 날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들은 모두 다 지독히 철저한 기본기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교육의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17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John Locke)는 [교육론] 제1장에서 ‘신체의 건강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이 나오죠. 그다음은 습관, 상과 벌, 예절... 20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학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게 뭘 의미할까요? 교육이 지식 위주의 ‘지>덕> 체’가 아니라 ‘체>덕>지’여야 한다는 겁니다. 스파르타식 교육 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스파르타식 교육? 요거 찬반 여론이 있을 것 같은데요?
엄격하고 규칙적인 교육 방법을 이르는 말이잖아요? 영국의 명문 이튼 학교에서는 전통적으로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학생들이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흙투성이가 되어 레슬링 게임을 한 대요. 우리나라 같으면 학부모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영국이 프랑스 나폴레옹을 물리친 힘의 원천이 이튼 교정에서 시작됐단 말도 있는데, 이튼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칠 넬슨 제독이 나온 게 바로 이런 스파르타식 교육 때문이라는 걸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이라 함은 결국 다름 아닌 ‘체덕지’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체(體) 우선의 교육 전환을 통해서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이게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체(體) 우선의 교육 전환과 더불어 교육의 기본을 다지는 데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보다 언어와 독서입니다. 초·중·고등 교육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지식이 언어라고 생각하는데, 언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때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있어요. 그래야 추론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창의력도 생긴다고 봐요. ‘소통’의 능력도 생길 거고요. 요즘 ‘소통’ 너무나 중요하잖아요?
또, 생각해 보세요. 요즘을 디지털 대전환 시대라고들 합니다. 단편적 지식은 핸드폰만 눌러도 얻을 수 있죠. 안 가본 세상을 경험하고 탐험해야 경쟁력이 생겨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 책을 안 읽잖아요. 읽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책을 많이 읽는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물론 여행을 많이 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세상은 너무나 넓고 안 가본 곳도, 못해본 것도 많아요. 그걸 독서를 통해 경험해 본다면 경쟁력 있는 창의적 인재가 양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장님도 책 많이 읽던 학생이었나요?
저는 가난해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정교사로 돈을 벌었어요. 책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 권의 책이 일생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월급을 받는 날이면 청계천으로 가 헌책을 샀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축약본을 발견했어요. 사실 재밌는 책은 아닌데 영어 사전 뒤져가며 한 권을 다 읽었어요. 솔직히 다 이해는 못 했지만, 고전을 영어로 완독 했다는 그 벅찬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경제학을 선택하는데 아마 그 느낌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시간이 많아서 독서를 더 많이 했다면 더 언변력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하하.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양성’도 중요합니다. 창의적 사고에는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수입니다. 서울대 총장 시절에 조사해 보니 서울대 100명 중 42명이나 서울 사람이었어요.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제와 연관이 있겠군요?
서울대가 잘하고 있는 것이 지난 19년 동안 신입생의 1/3 ~ 1/4 정도를 전국에서 골고루 선발하고 있는 거예요. 이 제도는 학생과 교수진 모두의 간접경험을 풍요롭게 하고 창의력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조화와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의력에서 더 나아가 지역별, 계층별 기회 불평등 문제 완화, 지역 간 동반성장에도 기여한다고 보고요. 이렇게 창의적 대학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자유를 줘야 합니다.
대학에 자유를 준다는 건, 수능이나 이런 걸 없애고 대학에서 자유롭게 입학생을 선발하도록 하자는 의미인가요?
어떤 기준으로 어떤 학생을 뽑을지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겁니다. 예전에 대학입학 자격시험이라는 게 있었어요. 그걸 부활하든, 최소한의 검증은 하고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는 학생을 대학이 알아서 선발하도록 대학을 믿는 거예요.
지금 수능 시험은 과목이 너무 많아요. 어느 세월에 다 공부해요?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 학생들 심신이 너무 피로하죠. 대학특성에 맞춰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도록 둔다면, 선호하는 대학의 조건에 맞춰 공부하면 될 거고, 대학이 학생을 어떤 방법으로 선발할 것인지, 그 자체에도 창의적인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창의적인 대학 교육의 전환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평준화는 여전히 반대하고 계신가요?
평준화 제도가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세계적인 무한 경쟁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면 부자가 유리해요. 가난한 사람들은 과외하는 부자 학생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형평성을 위해서, 또 수월성을 위해서도 평준화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나친 경쟁을 막는 것도 좋지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질이 좋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고교 평준화 제도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제도라 생각합니다.
만약 평준화를 계속한다면, 정부에서 다양성을 좀 염두에 두고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A 지역 학생들이 B 지역 또는 다른 지역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그 지역의 삶을 배우고 느끼는 거예요.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 교육 개혁에서 필요하다고 한 번 더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육계가 체덕지(體德智), 건강한 신체 향상을 기본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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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 중에 학자~ 전 총리님 집무실에는 책이 한가득~ '책 잘읽는 어린이는 나중에 커서 요렇게 됩니다~'의 표본이 여기 있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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