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상선 선생님의 서평입니다 / 디지털 에듀 뉴스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 아련하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는 순간, 가슴 깊이 잔파도가 울렁-밀려온다. “너도 그래 줄 거지?” 늙고 병든 강아지는 소녀를 꼭 안아준다.
그림이 압도적이다. 자칫하면 글이 가려질 듯하나 글 작가 또한 보통은 아니었다. 글 작가는 그림 작가의 첫 그림에 반해서 협업(collaboration)을 제안하였다. 눈물 나올 정도로 좋은 그림책, 공을 정말 많이 들인 그림책, 글 작가와 그림 작가 그리고 출판사가 한 몸이 된 그림책이다. 그러한 가치를 이해해 줄 독자를 만나는 것 또한 눈물 나는 일이 될 것이다.
“너도 그래 줄 거지?” 그림책 표지는 회화의 깊이를 더한 팝아트를 연상하게 한다. 주황색 하늘빛, 초록빛 자연 그리고 그 속에 묻힌 사람들이 있다. 그 사이로 수레를 끌고 가는 소녀가 보인다. 앞서가는 두 마리의 새끼 강아지, 소녀의 뒤로 수레 안에 얼굴만 내민 강아지가 있다. 독특한 색채와 인물의 잔잔함 속에서 독자는 생각게임을 해야만 한다. 마치 독자와 숨바꼭질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잘 숨어 봐.”
“너와 함께한 숨바꼭질 놀이, 언제나 재미있었어.”
작가는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글도 그림도 그러하다. 핑크빛 아스팔트, 블랙의 잔상들 그리고 그 속에 보일락 말락 세 마리의 강아지와 소녀, 도대체 주인공 화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삶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자전적인 회고 글 같았다. 이때 다시 작가는 말을 건넨다.
“그렇지, 아직 시간이 더 있으니.”
짧은 글과 그림으로 빠져든다. 아! 이제 주인공 화자가 누군지 알아챌 수 있다. 바로 늙고 병든 강아지였다. 그는,
“너와 함께하는 이 산책을 잊지 않을 거야.”
늙고 병든 강아지는 소녀를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공원에는 아무 일 없듯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잔상들이 초록빛 사이로 일렁인다. 그리고 소녀와 늙고 병든 강아지는 눈이 딱! 마주친다. 그리고 소녀와 그녀의 새끼 강아지들이 달려온다.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은비야!”
늙고 병든 강아지 이름은 은비였다.
“너도 그래 줄 거지?” 늙고 병든 강아지는 소녀와의 추억을 잊지 않을 거라 다짐한다.
이 글은 실화이다. 글 작가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입양해 온 강아지 이야기다. 강아지 ‘은비’가 생을 마감 할 때까지 수레를 끌고 산책했던 표영민 작가 딸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지은아 작가의 그림에 퍼즐처럼 이야기 조각을 슬며시 뿌려 놓는 표영민 작가의 글이 녹아있다. 회화의 깊이를 더한 팝아트의 본질 세계를 깊은 철학적 글과 그림 세계가 만나, 그림책이란 입체적 시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연출되었다.
아…, 모처럼 2023년 가을이 저물 때, 진심이 느껴지는 그림책, 정직한 그림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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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과 초록이 마치 크리스마스 같지만, 가을가을하기도 하네요~ 노란색 은행나무가 중심에 떡~^^
> 반려견과의 추억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분들에게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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