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딸아이가 소설 <세상을 건너 너에게 갈게>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을 보고 무슨 책이길래 저리 좋아하나 싶었던 적이 있다. 얼핏 보니 여학생 둘이 표지에 그려져 있기에 청소년기의 우정을 그리고 있나 보다 여기며 친구 문제에 관심이 많을 나이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최근에 업무상의 이유로 읽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딸아이가 왜 여러 번 읽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 참 재미있고 매력적이며 감동적이다!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같은 이름을 가진 그러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두 명의 은유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어디서 본 듯하고 익숙한 스토리! 사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클리셰가 들어 있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들이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은 영화 <시월애>에서, 타임 루프를 통해 (이 소설의 은유가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한 소녀가 성장해 간다는 설정은 일본 만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클리셰다. 또한 텔레비전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가족의 비밀’ 모티프도 익숙함을 너머 진부한 느낌을 주는 요소이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대상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우리 아이가 몇 번이나 반복해가며 읽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익숙함 속에 피어난 참신함이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의 두 인물이 주고 받는 편지를 통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타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설정이다. 그런데 작가는 편지로 연결된 두 세계의 시간 진행 속도를 다르게 설정하여 두 인물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두 인물은 또래 친구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언니와 동생으로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서사의 폭을 확장해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하고 독자들의 울림을 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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