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김철기 씨 (67세). 증상에 따라 총 5단계로 분류한 호앤야 척도를 기준으로 보면, 철기 씨는 3단계와 4단계에 걸쳐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파킨슨 병이 맞습니다"
철기 씨는 15년 전, 대학병원 파키슨 센터에서 특수 뇌 촬영결과 불치병을 확진받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왼쪽 손과 발, 몸이 굳어가던 그 순간, 철기 씨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대신,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파킨슨병은 현재 약물과 수술 등의 방법을 통해 증상을 잠시 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밤이고 낮이고 움직이며 운동하는 게 굳어지는 몸의 근육과 관절을 유연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철기 씨는 굳어지는 몸 대문에 수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번에 25미터 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당시 수영 코치에게 배운 '누워 뜨기'로 물에 누워 둥둥 떠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이용해 '잎새뜨기'를 생각해 냈다.
잎새뜨기는 온몸의 힘을 뺀 채 양팔을 부드럽게 머리 위 또는 옆으로 넓게 벌리고, 얼굴과 두 발끝이 수면에 뜨도록 한 뒤 별다른 동작은 하지 않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몸의 부력을 최대한 크게 하는 자세다. 장시간 체온과 체력을 유지하는데 도움되는 이 자세는 수난 사고 상황에서 일종의 생존술이 될 수 있다. 철기 씨는 '잎새뜨기'를 개발한 후 한국안전수영협회를 설립하고 이 쉬운 생존수영법을 보급하기 위해 수영 강사로 변신,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세가 깊어지고, 걱정에 잠 못 드는 밤도 잦아지고 있지만, 철기 씨는 노력과 끈기로 파킨슨 병을 이겨내며 새로운 도전과 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AI 비서'를 활용해 글쓰기와 동영상 제작이 간편해졌다. 그간 장애인에게 어려웠던 창작활동이 AI를 만나면서 보다 손쉬워진 것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변화는 '장애에 날개를 달아줄 혁명'이었다.
AI를 잘 배우고 활용하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철기 씨는 이를 공유하기 위해 '장애 혁명'이라는 책도 집필(공저)했다. 여러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며 현재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철기 씨를 취재하고 그가 직접 작성한 칼럼을 바탕으로 AI와 동행하고 있는 그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봤다.